#11. 스위스 - 인터라켄
인터라켄.
우리에게 남은 첫 인상은 두려움과 불안함 그 자체였다.
폭우로 인한 우중충한 분위기까지.
그렇다..스위스에서도 우린 삽질을 했다.
역에 내려 무료 전화로 전화하면 바로 픽업나온다던 민박집 공지사항만 믿고 덜컥 왔다.
그리고 집 모양도 기억해두었지.
하지만 우리가 내린 인터라켄 서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안내데스크 따윈 없었으며 전화는 더더욱 없었다.
당황한 우리는 나가 공중전화를 찾았건만..전화 연결이 안된다.
이 와중에 파리에서 우산을 잃어버리고 온 웅과 함께 우산 하나로 버티면서
비올곳에 대비해 캐리어에 뒤집어 씌울 비닐조차 준비하지 않았던 우리는
우산속까지 들이치는 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헤매기 시작했다.
겨우 숙소를 연결해준다는 곳을 찾았건만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우린 주변을 둘러보며 우리가 예약한 숙소와 가장 비슷한 모양을 찾기 시작했다.
하하하.
스위스의 집들은 모양이 다 똑같더라...
저 멀리 들판을 가로질러 비슷한 모양의 집이 하나 보이길래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우산따윈 접은지 오래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캐리어를 끌고 가는 우리 모습은 얼마나 처량한지..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우울함으로 가득차있고 스위스의 아름다움은 뭐냐 싶었다.
그렇게 걷고 걸어 찾아간 우리가 착각한 그 곳은 백팩커스 유스호스텔이었다.
민박집 예약하기전 예약하려고 했던 그 백팩커스!!
하지만 방이 없단다.. 있어도 혼숙이란다-_-;;;
안해~우린 그럴 수 없어요~했더니 근처 다른 유스호스텔을 소개해준다.
길에서 밤을 지샐 순 없기에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갑자기 그리운 한국말이~ㅜ_ㅜ
다짜고짜 그 분들께 달려가 우리 숙소를 못찾겠노라, 전화 연결이 안되노라 했더니
우리가 로밍해간 휴대폰으로 전화를 친절하게 걸어주셨다.
우리가 아무리 전화해도 안되던 전화가..순식간에 연결이 되었다.
우린 뭐니...안도와 허탈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결국 우린 눈물의 감사인사를 드리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인터라켄 서역으로 가서 민박주인이랑 만났다.
너무 반가워하면서 달려가서 우리가 이차저차했노라 했더니 심드렁하게 바보라 하신다. ㅠ_ㅠ
연락이 조금만 늦었으면 방이 없었을거라고, 왜 전날 전화안했냐고 하시네.
쨌든, 우리는 무사히 숙소를 찾았다.
그리고 짐 풀자마자 맛있는 베른 맥주 한병씩!
병이 꼭 소주병 색깔같지만 맥주다.
생각보다 독하지 않고 순해서 술술 잘 넘어가더라.
안주는 살라미~>ㅁ<
숙소 찾아헤매느라 지쳤음에도 술은 술술 넘어가더군.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천만 다행으로 비가 그쳤다.
비가 오면 융프라우요흐를 못갈텐데 어떻게 해야하나 몹시 걱정을 했더랬는데
다행히 비가 그쳐주었군 ^.^
그전날 비올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강물의 색이 너무 아릅답다.
석회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에메랄드 빛이 나는데 막 찍어도 엽서가 된다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스위스엔 백조가 참 많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실제의 백조는 참 무섭다.
게걸스럽다해야하나.. 루체른에서 여실히 느꼈지;
아무튼 동역으로 20여분 정도 걸어가면서 아름다운 강풍경을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칫솔을 구매하기 위해 들린 coop에서 구경도 좀 하고 점심으로 먹을 치킨이랑 이것저것 사고 (먹느라 바빠서 사진도 없음;)
융프라우요흐로 출발~~~
융프라우요흐는 융프라우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요흐=전망대.
갈때는 저런 산악열차를 타고 가는데 한번에 쭉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두번 정도 갈아타야 한다.
인터라켄 동역 - 라우터브루넨 or 그린발델트 -클라이네사이텍 -융프라우요흐다.
갈아타고 가는데만 두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중간 중간에 내린 마을에서 구경하고 그러면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버리곤 하지.
아무튼 우린 라우터브루넨으로 먼저 가서 내려올때 그린발델트로 내려오기로 결정. 고고싱~
은진이가 추천해준 트뤼멜바흐 폭포를 보기 위해서다.
작은 마을인 만큼 슈퍼도 작고 건물도 몇채 없건만 모든게 다 스위스 스럽다!!
소 목에 매는 목걸이.. 문에 걸어놓으면 예쁠 듯.
소장용으로 하나 안사온게 너무나 안타깝다.-_-;;
트뤼벨바흐로 가려면 버스를 타야하는데 우린 헤매다 버스를 놓치고 한참을 기다렸다.
융프라우요흐에 가서도 시간이 부족할텐데...
자꾸만 차를 기다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날씨가 개었다곤 하지만 하늘엔 구름이 한가득이다.
구름가득한 모습도 멋지군.
푸른 초원도 멋지다.
내가 참 좋아하는 분위기인데 한국엔 이렇게 드넓기만 한 초원이 없는 듯.
줄 서서 기다려 시꺼먼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에서 드디어 폭포를 보았다!
얼마나 물줄기가 거세고 소리가 우렁찬지..
서늘하기까지.^^
밖에는 띄엄띄엄 집들이 보이고 스위스 국기도 펄럭거린다.
다시 라우터브루넨 역으로 돌아와 기차를 기다린다.
숙소를 이곳에 정할까도 했었는데 그랬더라면 자연속에서 즐길 수도 있었을듯.
지나가는 풍경은 다 예술이다.
유럽에서 두번째로 크다는 슈타우프바흐 폭포도 보인다.
찍으면 다 예술이지만 찍는 사람 솜씨도 역시 반영은 되나보다.
건져올린 사진이 없다..ㅜ_ㅜ
기차와 함께 뛰어가는 소떼들.
정상을 향해 갈수록 구름이 짙어진다.
그리고 어느새 초록빛은 사라지고 눈이 곳곳에 쌓인 우중충한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빨간 기차를 타야한다.
올라가는 중간에 아이거반트역에 잠시 세워준다.
화장실가라고.^^
화장실다녀오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이제 내가 정상에 올라와있다는게 실감이 나게 한다.
와우~눈 좀 봐!
날씨도 약간 오돌오돌 떨릴 정도가 되었다.
난 반팔, 남방 등등 무려 9개나 껴입었지..ㅋㅋ
두꺼운 옷 하나보다 더 따뜻하더라.
이제부터 즐감하세요~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본 알레치 빙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라네.
동신항운에서 주는 할인권을 가지고 가면 컵라면을 준다기에 잔뜩 기대했는데
컵라면이 다 떨어졌단다..ㅜ_ㅜ
아악~주변에서 가지고 와서 먹는 사람들이 진짜 부러웠다..
컵라면 대신 초코바와 따뜻한 핫초코를 주더라.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그걸로 좋아라 히히히~
하지만 정작 융프라우는 쉽사리 우리에게 모섭을 드러내지 않았다.
눈보라(?)가 치고 있는 저 부분이 융프라우.
잠시 추위를 달래고 밖에 나가서 전망대 모습도 한 컷 찍고.
스핑크스전망대는 해발 3521m에 위치해있다.
한라산이 1950m 인걸 감안하면 거의 두배나 되는 높이에 올라와있다는 것..
이렇게 높은 곳에서는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
춥고 입술이 파래지고 어지럽고..
어디에서나 더럽지만 않으면 적응력 100%인 나는 역시나 멀쩡..-_-;
전망대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잔뜩 낀 구름 덕분에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온통 하얀 가득차 버리다가 빠른 속도로 구름이 움직이는 덕에 잠깐 모습을 보였다가 숨었다가..
난리다.
한시간을 기다려도 제대로 된 모습 보기가 힘들었다.
봉우리 보기도 힘든다 전체 장관은 당연히 기대도 못했다.
한 시간 넘게 기다려서 가장 많이 본 모습이 고작 이 정도인데
내려가려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저렇게 멋진 자태를 살포시 드러내는군.
앗! 융프라우 너마저~
얼른 다시 나가 기다림 시작이다.
여기서도 아마 한시간은 기다렸을거야..카메라 들고.
난 사진 한장 찍으러 온건지 이 장엄한 풍경 즐기러 온건지..
둘다 하면 좋지뭐!
운 좋게도 한장 찍었다~냐하하하.
역시 대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아직 갈 곳이 더 남았고 엽서도 써야 한다.
그런데 미로같은 곳이라 한참 헤매다 얼음 궁전을 찾아 들어갔다.
내려갈 시간이 다 되어서인지 사람이 없고 으스스한걸.
여러가지 조각이 많았지만 가장 이뻤던 조각사진 한 장.
그리고 내 기념 사진. ㅋㅋ
다음은 플라토 전망대다.
스핑크스 전망대는 그냥 바깥을 볼 수 있다면 플라토 전망대에선 눈을 밟아볼 수 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던 게지, 우린.
우리가 갔을 땐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자욱한 구름뿐이다.
구름에 가려진 저 뒤에는 얼마나 멋진 풍경이 있을까..
기념사진 한장만 남기고 우린 마지막 기차를 타러 달려갔다.
아, 그전에 엽서 보내고.^-^
나도 유럽에서 누군가 엽서를 보내주면 참 좋겠다.ㅎㅎ
엽서를 사서 다 보냈지만 정작 나에겐 남은 엽서가 없으니 말이다..
내려오는 길에 우리 옆에 앉아있떤 커플.
다정하기도 하지..
나도 언젠가 저런 모습으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드디어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했다.
다시 또 아름다운 빛깔을 강을 지나 숙소로~
비록 구름때문에 넓게 보진 못했지만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스위스는..정말이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