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대하고 기대하던 월 E를 봤다.
니모를 찾아서와 라따뚜이를 너무나 재미있게 본 터라 그 두 영화를 능가한다는 말에 혹! 했다.
예매 후 아이쇼핑하고, 밥먹느라 늦은데다 시작 시간마저 착각하여
무려 15분이나 지난후에 들어가는 바람에 초반 몰입이 힘들었지만..ㅠ_ㅠ
(그나마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냥 지구에 버려진 고철쓰레기만 처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이 단순한 법칙은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기계화되어 가는 문명때문에 결국 의자에서 떨어지면
스스로의 힘으로는 일어서지도 못하는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머리를 끄덕이게 했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된 로봇에게 지배당하게 되버린 선장의 모습에선
약간의 식상함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손을 잡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기회.
.
쓰레기가 너무 많아 우주로 떠나버린 지구인들, 버려진 지구에 홀로 남은 월 E.
외로움탓인지 월E의 눈은 항상 슬퍼보인다.
이런 월 E에게 찾아온 이브.
월 E는 이브에게 사랑을 느끼고 손을 잡고 싶어 한다,
월 E는 유일하게 자신의 곁에 있게 된 존재이기때문에 이브를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이브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걸까.
언제나 나에겐 맘 한구석에 남아있는 풀지 못할 숙제다.
아무튼 월 E에게는 손잡는 것이 유일한 자기 사랑의 확인이었나보다.
어떻게 사랑이 시작되었건, 이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월 E의 모습은 애처로웠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정말 저렇게까지 할 사람이 있을까? ' 라는 생각을 한 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인간인건가.-_-a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결국 이브의 맘도 월E에게 완전히 열리고.. 둘이 손을 맞잡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
손을 잡는다는 것.
어찌보면 그리 큰 일도 아니건만, 손을 잡는다는 건 내 영역안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만의 영역이 존재하는데 그 영역안으로 낯선 이가 불쑥 침범하면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어린 왕자에서도 사막여우가 친해지고 싶다면 매일 조금씩 가까이 다가와 앉으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때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영역안으로 불쑥 들어와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에게는 왠지 모를 호감이 생기기도 한다.)
손을 잡는다는 건 나와 가까운 곳으로 오는 것을 허용하겠단 것이니 사람사이의 만남에서 아주 큰 의미다.
그런데 그것이 나에겐 참 쉬울 것 같으면서도 정말 넘기 힘든 산이다.
그래서인지 내 눈엔 다정하게 손을 잡은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인다.
그것을 허용할 수 있는, 허용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일테지.
옆에 앉은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보고 싶어지는 이 영화, 추천하고 싶다.
이제 막 연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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