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의 일정은 야간 열차를 타고 베네치아를 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돈 많고(?) 피곤한거 싫어하는 사람들이다.-_-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밀라노로 가서 1박 하고 베네치아로 가는 경로를 택했다.
밤이 되어 내린 밀라노는 무서웠다.
지금까지 다녀온 영국, 프랑스, 스위스에 비해 더럽고 음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사실 파리도 무서웠다;)
가장 안무서웠던 곳은 스위스인듯..
어쨌거나 우린 지하철을 타고 예약해놓은 숙소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저녁을 먹고 깊이 잠들었다.
애초에 밀라노는 관광이 아니라 거쳐가는 정도로 생각했기에 오래 둘러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시간이 지날수록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밀라노를 너무 쉽게 지나친 것이다.
소위 말하는 점도 제대로 못 찍은 도시가 밀라노다.
이제 여행도 어느새 중반, 모든것이 피곤하고 지쳤던 나는 밀라노의 두오모를 보고 가자는 제안에 피곤해. 이 말과 함께 베네치아 떠나버리고 말았다.
내가 언제 다시 밀라노를 갈거라고 그것도 안봤는지....후회 막심이지만 어쩔 수 있나.
밀라노의 두오모는 화려하고 피렌체의 두오모는 소박하다하였다.
세계 최대의 고딕양식이라 하는데 아무리 피곤해도 보고 올 것을 그랬다.
숙소 뒷편에 있는 작고 허름한 역에서 우린 베네치아행 열차를 탔다.
꼬질꼬질한 로컬 기차..
유럽에선 기차를 탈 때 표에 꼭 스탬프를 찍어야 한다.
찍지 않으면 무임승차로 간주되어 벌금을 낸다.
벌금은 자그마치 100유로..ㄷㄷ;;
숙소 아줌마가 신신당부를 한 덕에 우린 노란색 검표기에 콕! 찍고 열차를 탔다.
그런데 우리 맞은편에 있던 한국인 커플..(참 알흠다웠지. 여자분이.)
검표기에 안찍었나보다.
승무원에게 걸려서 막 영어로 솰라솰라 이야기를 하더니 결국 벌금 내더라.
그리고 우리에게 와서 어찌된 영문인지 물어보더니 우린 검표기에서 스탬프 찍고 탔어요~했더니 매우 열받는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더군..ㅉㅉ
유럽에선 기차타기전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어쨌든 우린 베네치아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은진이는 베네치아에 푹 빠졌었더랬다.
하지만 다른 일행은 완전 실망했다고 하더군.
난?
베네치아가 사랑스러웠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지금까지 다녀본 도시 중에 자신만의 매력을 가장 강하게 발산하는 도시였다.
수로로 연결된 작은 섬과도 같은 도시.
곤돌라, 수상버스가 수로로 지나다니며 개인보트도 다니는 듯..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베네치아 시내를 한번 돌아보기로 했다 .
숙소를 나서 젤 먼저 한 일은 이탈리아의 피자 맛보기!!
한조각에 1.5유로 정도였던 것 같은데 크기가 내 얼굴만하다. ㅋㅋ
베네치아 하면 가장 유명한 것은 유리공예품(특히 무라노섬) 과 가면, 곤돌라다.
가면 무도회에서나 봄직한 화려한 가면들.
너무나 아름다운 유리 공예품들..(가격은 좀 쎄다;;)
이탈리아 요리, 하면 피자, 파스타, 그리고 젤라또가 아니겠는가?
명성에 걸맞게 다양한 모양의 파스타도 판다. (샀어야 했다!! 역시 나중에 사야지, 하면 절대 못산다..발견 즉시 사야한다.ㅜ_ㅜ)
다양한 모양, 색깔, 엄청난 크기의 빵들.
거리 구경만 해도 너무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물이 많이 보여서인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날씨는 엄청 더운데 말이다.
좁은 수로 곳곳에서 곤돌라가 다니고 있다.
그런데 곤돌라 너무 비싸다.
몇 명이 타건 상관없이 1시간에 60유로다.
꼭 타보고자 숙소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타실래요?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타겠다는 사람이 없다..
꼭 타보고자 했지만 유로환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때 유럽으로 간 우리는
하루치 숙박료 1.5배를 능가하는 곤돌라를 타기엔 너무나 소심했다.
그래도 비싸더라도 탔어야 했다..ㅜ_ㅜ
곤돌라를 못타본 것 역시 한국에 돌아와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다음에 또 베네치아를 간다면 그땐 혼자서라도 꼭 타보리..
만화에서나 봤던 커다란 고기나 햄 덩어리들.
엄청난 크기의 피자.
가면 쓴 아저씨.
그저 밖에서 구경만 해도 그 매력에 쏙 빠져들게 하는 가게들이다.
여행하다 베네치아에 가면 구경만 하지 말고 꼭 사라고 전하고 싶은 바다.
여행지스러운 허접한 기념품이 아닌 제대로 된 기념품은 베네치아에서 사는게 최고다.
산 마르코 광장의 종탑.
나폴레옹에게 빼았겼다가 다시 되 찾아온 청동 말 네 필.
광장에 있는 수많은 닭둘기들-_-
비둘기를 좋아라하지 않는 나로선 기겁할만한 광경..ㅋㅋ
그리고 드디어 곤돌라가 잔뜩 모여있는 베네치아의 광경을 보았다!
이 광경때문에 베네치아가 더 사랑스러워졌다지..
출렁이는 바다에 나란히 매인 곤돌라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거리를 지나다 발견한 아주 마음에 드는 드레스!!
흰 건물과 파란 물, 빨간 곤돌라가 참 예뻤다.
난 그들을 찍고 그들은 나를 찍었으리.
건너편 다리에 있는 노부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어느덧 뉘엿뉘엿 해는 지고 우린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저녁을 먹고 숙소 뒷편 바닷가로 가서 우린 일기도 쓰고 노을도 바라보았다.
웅이랑 둘이서 이렇게 느긋함을 즐기고 있는 동안 우리 바로 뒤에는 우리 숙소 사람들끼리 맥주를 한잔 하고 있었다.
서먹하지만 함께 놀자던 그들과 함께 돈도 한푼 안보태고 맥주를 얻어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지 이야기며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며 앞으로의 계획이며..
까만 밤이 찾아올때까지 우리는 즐겁게 이야기를 했고
지금까지의 인연들처럼 오늘 마지막을 기약하며 우린 모두 헤어졌다.
여행지에서의 짧은 만남은 그 순간으로 끝나지만 기억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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